2022. 8. 30. 火. 작업실을 소개합니다. 가장 빠르게 감각을 전환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일까 생각해보면, 후각이지 싶다.
함께 일하는 동료는 하루를 채우는 공간의 향이 다양하거나, 풍성할수록 두렵다고 한다. "그녀의 심기가 좋지 않은데"라며, 특정 시기에는 "엇, 퇴근 향이다!"라며 향으로 퇴근 시기를 알아차리기도 했다.
① fresh : sugar lychee 프레쉬 슈가리치
11년간 곁에 있는 향수. 봄여름의 상냥함과 경쾌함, 잘 영근 과실을 쪼갰을 때 빼곡하게 차오른 과육에서 뿜어져 나오는 달콤한 과즙 같은 향이다. 마음이 겨울에 살고 있는 관계로 몇 년째 뿌리지 못하고 있다. 그렇다고 헤어지지도 못하겠기에, 언젠가 설레는 데이트라든지 그런 것이 생긴다면 다시 꺼내 뿌려 볼 예정이다. 이미 탑노트 부터 베이스노트까지 향이 다 변해버렸지만, 이것은 나에게 봄이 찾아왔다는 상징이자 의식이 될 것이므로..
② penhaligon’s : douro eau de portugal 펜할리곤스 도르 오 드 포르투갈
몇 년 전 해운대 달맞이 고개의 유휴공간(원룸 건물)을 활용하여 10개의 갤러리-10명의 작가-10개의 개인전을 동시에 관람할 수 있는 전시를 기획했다. 오픈하던 날 해무가 어찌나 심했던지, 옥상에서 진행된 행사에 2-3m 떨어진 사람의 얼굴을 확인하는 것이 어려울 정도였다. 행사가 끝나갈 때쯤 프랑스에 있어야 하는 대우 오빠가 보였다.
닮은 사람인가 하고 다가가니 말도 없이 돌아온 그가 짠하고 서 있었다. 어찌나 놀랐던 지 해무 속에서 산신령을 만나도 그것보단 놀라지 않았을 것이다. 그도 그럴 것이 SNS도 일절 하지 않는 그와 안부 연락을 주고받은 지도 몇 년이나 지난 후였으니, 참 등장도 당신답게 한다 생각했다. 그는 프랑스에서 돌아와 거처를 서울에 마련했으며, 부모님을 뵈러 내려온 김에 본가에 며칠 머물 예정이라고 했다. 시간을 맞출 수 있으면 다시 만나자고, 그럼 마저 일하라고 짧게 인사를 건네고는 자리를 떠났다.
당시 반나절을 쉬기가 어려울 정도로 바쁘기도 했고, 이걸 연락을 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 괜히 고민하다가 때마침 시간이 허락을 해주는 바람에 그래, 또 지금 안 보면 우리 언제 보겠어! 하면서 그에게 전화를 걸었다. 햇빛이 따끔거리는 무더운 여름날 오후, 행사에서 남은 블랑 한 박스를 들고(박스가 작다) 광안리 바닷가에 드러누워 몸을 굽고 있던 그에게 다가갔다. 비치타월 위에 상의를 탈의한 오빠와 정장(?)을 입은 내가 나란히 앉아 여름은 블랑이지 하며 벌컥벌컥 한 박스를 비웠더랬다. 태양에 구워지며 빠진 수분을 맥주가 일시적으로 채워주면서, 노곤해진 몸을 이끌고 2차로 기름진 중국 음식에 고량주를 마시러 갔다. 지난 몇 년간의 쌓인 이야기와 앞으로 다가올 몇 년간의 계획이나 이상 같은 것들을 쏟아내며, 결국 마지막 차는 어김없이 우리 집. 장렬히 전사했다.
다음 날 아침부터 일이 많았던 터여서 오빠를 남겨두고 먼저 집을 나섰다. 숙취로 너덜너덜한 정신을 바로 잡으며 하루를 겨우 채우고 돌아온 빈집은 깨끗하게 거울이 닦여있었고(나중에 들었지만, 그거라도 해야 할 것 같았다고 한다), 그의 향기가 은은하게 남아있었다. 그 향이 너무 좋아서 잔상이 길게 남아있다가(그날의 기억이 아름다웠다는 비유적인 표현이 아니라 향이 정말 좋았다) 언젠가 그에게 물어 따라 산 향수. 원래 내가 즐겨 사용하는 톤이 아니어서, 신뢰를 주고 싶은 날, 잘 차려입어야 하는 날 위주로 사용하고 있다.
③ aesop : hwyl 이솝 휠
앞서 말했듯 겨울 같은 날이 이어지면서 가지고 있는 많은 향에 향태기가 왔었다. 향수 유목민처럼 좋다는 향은 다 맡아보러 다니고, 마음 같은 향을 찾아보려고 부단히 노력했던 시기를 거쳐, 드디어 만난 향. 특유의 스모키함이 탑노트에 강렬하게 퍼져서 호불호가 많이 나뉘고, 아직 여성분이 사용하는 것을 보지 못했다. 처음 사용할 때 절에 다녀오셨나요?, 이것은 향수입니까? 등의 질문을 받기도 했다.
그때 내가 원하던 향의 인상이라고 하면 플로럴은 한 방울도 절대 싫고, 다정한 것도 싫고, 따뜻한 것도 싫고, 뭔가 정제된 듯 자연을 닮았는데, 차갑고 건조한 것은 아니고, 담담하게 표현된 그 속에 가늠하기 어려운 깊이와 넓이가 있을 것 같은, 일은 정확하게 잘할 것 같은, 누군가에게는 확실히 싫을 수 있는 향이지만, 알아보는 사람만은 매력적이라고 느끼는, 그런 것을 바랬던 것 같다. 뭘 그렇게 많이 바라냐, 그걸 어떻게 다 담냐 할 수 있겠지만, 적어도 내 범위 안에서 그렇게 해석될 수 있는 향을 찾고 싶었다.
처음 시향을 해보고선 나도 그 강렬한 첫 향에 놀라 워워 슬그머니 피했다가, 몇 시간이 지나 손등에 남아 일렁이는 잔 향에 반해버려서 그날로 달려가 구매했다. 조향사 바나페 피용이 일본의 삼림 지대를 걸으며, 300년 이상 된 히바 고목이 가득한 숲과 초록으로 물든 사찰의 모스 가든을 연상하며 만든 향이다. 앞으로 몇 년은 더 쓰지 싶다. 고온다습한 장마철에 뿌리면 쾌청한 기분을 주고, 마음이 소란스러울 때 뿌리면 일시적으로나마 108배 방석 위에 앉은 것처럼 차분해진다.
④ jo malone : dark amber & ginger lily cologne intense 조말론 다크 앰버 앤 진저 릴리 코롱 인텐스
가을, 겨울 포근함을 느끼고 싶을 때, 온기를 불어넣어 주고 싶은 날 뿌리는 내 기준 다정하고 따뜻한 향이다.
⑤ 오이뮤 선향 : 무화과
우리나라 전통 향방에서 만든 선향. 무화과나무와 나뭇잎, 열매가 블랜드된 향이다.
향기가 은은해서 좁은 작업실, 사무실에서 곁에 두고 피우기 좋다.
⑥ 나그참파 인센스 스틱
같이 일하는 친구들과 점심을 시켜 먹을 때가 많아서, 음식 냄새를 지울 때 사용한다.
스틱 하나면 중국 음식 냄새도 안녕.
⑦ tamburins multi fragrance : 000 탬버린즈 멀티 프래그런스 000
몇 년 전 000향의 핸드워시를 선물 받아 사용하면서 샌달 우드, 베르가못의 시원함, 촉촉한 흙내음에 반해 멀티 프래그런스가 나오자마자 구매했으나 실망. 향이 나쁘진 않은데 그 특유의 적당한 묵직함을 담아내지 못하고 너무 가벼워서 훨훨 날아가 버린다. 밀도나 농도의 차이 때문인지 향 자체도 꽤 차이가 느껴진다. 즉각적인 향은 좋아서 작업을 하다 갑갑할 때 공간이나 커튼에 즐겨 뿌린다.
⑧ Jo malone : blackberry & bay cologne 조말론 블랙베리 앤 베이 코롱
친오빠 결혼할 때 새언니가 선물해준 향수. 향을 맡고 내가 이런 이미지인가? 의아했다. 향수를 선물하는 언니의 과감한 선택에도 놀랐던 기억이 있다. 나를 대변하는 향으로 쓰고 싶지는 않지만, 좋은 향수여서 공간의 분위기나 기분을 전환하고 싶을 때 허공에 뿌리고 있다.
⑨ Reminder cologne spray : taravi 리마인더 코롱 스프레이 따라비
이번 여름 제주에 한 달 머무르다 돌아올 때, 뭔가 제주를 기억할 수 있는 작은 것을 사고 싶어져서 샀다.
아홉 개의 제주 오름 이름을 따서, 그 고유의 분위기를 담아 만든 스프레이다. 진열되어있는 테스터의 잔향을 맡아보고 따라비 오름 향으로 골라 샀는데, 막상 분사해보니 취향과 맞지 않아서 역시나 가끔 룸 스프레이로 사용한다.
⑩ L’Occitane : Cocon de Sérénité Relaxing Pillow Mist 록시땅 코쿤 드 세레이떼 릴렉싱 필로우 미스트
잠을 잘 자지 못하는 나를 가엾이 여겨 선물해주신 아로마 스프레이. 자기 전 침구에 뿌리면 안정에 도움을 준다고, 효과를 본 사람도 많다고 하여 기대했으나 잠은 그렇게 쉽게 들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입으로 카모마일 차를 마신다면 코로 아로마 향을 맡아 마음을 안정시켜본다.
⑪ 팔로산토
12월 31일 밤 광안리. 스페인에서 돌아온 그녀를 만났다. 보자기에 싸 온 팔로산토를 꺼내어 섬세하게 불을 붙였다 끈 뒤, 그 연기를 서로에게 씌워주었다. 지난 한 해 좋지 않았던 액운 모두 걷어가라고 소중하게 바라며. 지금도 작업실 한켠에 두고 진상 클라이언트를 상대한 뒤 문밖에 소금을 뿌리는 대신 이것을 붙이고 연기를 날린다. 가끔 부족하다 싶은 날은 소금도 뿌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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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이었던가 제주도 주애 작업실에 놀러갔을 때, 한참 주애가 개인전 준비로 끝도 없이 도자 작업을 하고 있었다. 그 옆에서 쪼물딱 거려 만든 동전통. 현금이 귀한 요즘 잔돈이 생길 때면 여기 넣어둔다.
왜냐, 꽈배기 사 먹을 때 써야 하니까. 어느 정도 돈이 모이면 망미중앙시장의 가장 완벽한 꽈배기를 만나러 간다. 깨끗한 기름에 튀겨 예쁜 노란빛에 적당히 쫄깃한 반죽은 씹을수록 고소하다. 개당 오백 원. 찹쌀 도넛보다 이 집은 꽈배기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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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미중앙시장 함안상회(부산 수영구 망미배산로10번길 51) 옆 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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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변에 알만한 사람들은 알지만, 떨어진 나뭇잎을 모으고 있다.
사실 엄밀히 말하면 모은다기보다 그냥 줍고 있다. 그게 시간이 지나다 보니 모이더라.
잎은 아무래도 단일하고 바스러지기 쉽기 때문에 책장 속 한구석에 끼어 있는 경우가 많고, 그런 것이 많아지면 어느 책에 뭐가 있는지, 얼마나 있는지 알 수 없다.
일상에서 눈으로 보고 즐기기 위한 용도로는 세울 수 있는 꽃이나 긴 가지, 가지에 붙은 잎을 모은다. 역시 모은다기보다는 어디선가 만나고 줍고 간직하고 있다. 운이 좋으면 가끔 마르면서 피우는 꽃을 볼 수도 있다. 잘 마른 식물들은 변함없이 오래 볼 수 있어 고맙다.
잎을 주울 때도 절대 꺾지 않는 것을 원칙으로 삼는데, 세로로 긴 식물은 예외적으로 뽑아 오기도 하고 사기도 한다. 다만 뽑게 되는 경우는 철거되는 건물 옆에 잡초라든지, 금방 뽑히거나 밟혀서 사라지기를 앞둔 것들을 선택하고, 가능한 어떤 방식으로건 길게 그 계절을 살아있게 해준 뒤 말린다. 그런 규칙이 어떤 의미가 있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최소한의 예를 다하는 마음으로 그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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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에서 요가를 접한 후, 부산에 돌아와서도 곧장 요가를 이어가고 있다. 이어가고 있다고 말하기 머쓱한 수준과 빈도이지만, 운이 좋아 좋은 선생님을 만날 수 있었다. 스튜디오가 멀어, 다음 달이면 더 지속하지 못할 것 같아 아쉬운 마음이다.
선생님이 말씀하시는 것처럼 사람들은 요가에 여러 목적을 두는 것 같다. 누군가는 체력 단련으로 누군가는 다이어트를 하고자 하는 목표로, 나의 경우에는 그 목적이 심신 안정쯤에 있으려나. 특히나 심의 안정이 중요한 포인트였다고 할 수 있겠다. 이런 목적이 지금의 선생님과 잘 맞아서 한 달간 정말 즐겁고 정확하고 안전하게 요가를 만날 수 있었다. (다정 선생님 만세)
그녀가 알려준 신경계의 안정에 도움이 되는 세 가지 자세를 간략하게나마 소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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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 머리를 아래로 하는 역자세
신기하게 우리가 머리를 아래로 할 일이 참 없는데,
요가에서는 쉴 때 머리가 아래를 향하는 경우가 많더라.
선생님이 일하다 열받는 일이 생기면 이 자세로 잠깐 쉬어보라고 했다.
즐겨 취하는 자세다.
② 심장을 바닥과 수평으로 두는 자세
③ 복식 호흡
차가운 숨을 콧구멍으로 들이마셔 목을 타고 배까지 불린 뒤,
따뜻해진 숨을 배꼽을 살짝 끌어당기는 힘을 더해 역순으로 뱉는다.
틈틈이 하면 불면증과도 작별할 수 있다고 하여 떠오를 때마다 한 번씩 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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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 가지 책을 동시에 읽는 것을 좋아한다. 사무실뿐만 아니라 손이 닿을 수 있는 지천에 책이 널브러져 있다. 가끔 이 어수선함이 답답해지거나 얼른 읽어내야만 할 것 같은 부채감이 들기도 하지만, 그렇게 두는 것이 좋다. 예전엔 책이 너무 소중해서 밑줄도 긋지 않고, 귀퉁이를 접지도 않고 몇 년이 지나도 새 책처럼 뫼셨었는데, 그런 규칙을 모두 깨면서 책을 더 많이 읽게 되었다. 지하철을 환승할 때 책 사이에 검지를 껴두었다가 탑승하고 읽는 책이 좋고, 엘리베이터를 기다릴 때 읽는 한 두 페이지가 좋다.
약간의 룰이 있다면 우선 집에는 정말 장르 불문 여러 책을 열어 놓고, 가방에는 시집 한 권과 소설 한 권, 혹은 시집 한 권과 에세이 한 권 정도는 넣어 다닌다. 짧은 호흡으로 읽을 수 있는 책과 긴 호흡이 필요한 책을 섞는 거다. 작업실에서 읽는 책은 어떠한 차이점이 있나 보면, 우선 작업과 전혀 무관한 책일수록 좋다.
필요에 의해 작업에 도움이 되는 책을 읽는 것을 제외하면 도감이라든지, 음식에 대한 책이라거나 가볍고 챕터가 많이 나누어진 책을 선호한다. 여기에도 시집은 기본값으로 한두 권 챙겨둔다. 디지털 작업이든 페인팅을 하든 막 몰입하다가 갑자기 짠 쓸데없는 것을 보는 거다. 잠깐의 독서 후 작업물을 다시 보면 질리지도 않을뿐더러, 흐린 눈을 하고 데생한 그림을 보거나, 멀리 떨어져서 과정을 눈에 담아 보는 것처럼 전체를 좀 더 객관적으로 이해할 수 있다. 이어오던 흐름을 깨는 행위가 오히려 작업과의 거리를 조정해줘서 길게 보았을 때 집중도나 밸런스에 도움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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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 숲과문화연구회, 『아름다운 우리 숲 찾아가기』, 도솔, 2005
올 한 해 잘도 돌아다녔지만, 아직도 부족한 마음이다. 엉덩이가 어떻게 부산에 붙어있는지 알 수가 없다. 어젯밤에도 취기가 몸을 타고 흐를 때, 다이어리를 펼쳐보며 언제 떠날 수 있을지만 손가락으로 세어보다 잠에 들었다. 몸이 가지 못하니 마음이라도 숲을 걷는 기분으로 펼쳐본다. 부작용은 당장에 박차고 나가고 싶어진다는 것인데, 또 모른다. 어떤 틈이라도 생기면 곧장 어디론가 달려가게 될지도. 아니 안다. 그럴 거다. 엄마가 일 년을 딱 그렇게 보내면 일을 하는 삶으로 다시 돌아오지 못한다고 그러셨는데, 사실 뜨끔해서 더 침착하게 발이 바닥에 붙은 척 연기했었다. 엄마는 뭐든 다 아니까 이미 들켰을지도 모른다. 내 마음 허공에 둥둥 떠 있는 것을.
② 스콧 크리스텐슨, 『세상을 바꾼 100가지 문서』, 김지혜 옮김, 라의눈, 2015
이 책에는 서로 다른 유형과 장르의 기록이 담겨있다. 칙령, 포고, 성서, 법문, 논문, 비밀협약서, 공적증서와 증명서, 면허장, 고전 문학, 철학 논문, 일기, 편지, 사업 계약서, 상업 기록, 메모와 전자 메시지, 데이터맵이 포함되어있다. 지난 5000년간 인간의 삶을 어떤 방식으로든 바꾸어 놓았던 기록의 사본들을 이미지로 보는 것만 해도 흥미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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③ 신미나, 『당신은 나의 높이를 가지세요』, 창비시선, 2021
제목과 커버가 마음에 들어서 산 시집. 수직과 수평, 가로와 세로, 깊이와 높이, 안과 밖과 경계에 대한 관심을 가지고 있다. 아직 몇 페이지 읽지 못해서 정작 이 시집에 대한 감상을 전달하긴 어렵고, 시집의 제목을 보며 떠올렸던 최근에 읽은 정재율 시인의 시를 전달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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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재율, 『몸과 마음을 산뜻하게』, 「축복받은 집 - 레밍」, 민음사, 2022
④ Bernd & Hilla becher, 『BASIC FORMS』, PRESTEL, 2020
베허 부부가 촬영한 다양한 소재를 고루 담아 전반적인 작업을 조망할 수 있게 해주는 사진집.
작업적으로 무척이나 영향을 많이 받은 작가들이어서, 곁에 두고 종종 열어본다.
그들이 대형카메라로 담은 급수탑, 용광로, 냉각탑, 광산 갱도 출입구, 곡물 저장고, 가스탱크, 채굴탑 등의 근대 산업 건축물은 엄격하게 수직, 수평이 고려되어져, 그 균형에서 마음에 안정을 준다.(지극히 개인적이 의견일 수 있다)
독일을 대표하는 두 사진가는 1990년 베니스 비엔날레 조각 부문에서 황금사자상, 2004년 핫셀 플라드 국제사진상을 수상한 바 있으며, 안드레아 구르스키, 토마스 스트루스, 칸디다 휘퍼 등의 독일 작가뿐만 아니라, 윌리엄 이글스턴, 스티븐 쇼어와 같은 현대 사진가에게도 큰 영향을 미쳤다. 베른트 베허(Bernd Becher, 1931-2007)는 2007년 6월 22일 75세, 힐라 베허(Hilla Becher, 1934-2015)2015년 10월 10일 80세의 일기로 타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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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ernd & Hilla Becher 작품 보러 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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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 뉴스레터입니다.
낮아진 온도의 바람이 뺨이나 목덜미를 스칠 때 가을이 완연하다 생각합니다.
조금 지나면 우리 시린 손을 비비고 옷깃을 여미겠지요.
겨울이 무척이나 추운 작업실이라 이렇게 쓰고 있자니 벌써 뼈가 시린 기분이에요..( ์ ⲳ ์ )
작업실에 소개하고자 하는 것들을 나열하니 생각보다 무수하더군요.
각각의 사물에 이렇게 많은 에피소드가 있다는 것을 쓰면서 새삼 알아가요.
<환기>라는 소주제를 가지고 원래 열 가지 방법을 소개하려 했는데,
쓰다 보니 분량이 너무 많아져서, 읽다가 지치실까 다섯 가지씩 두 번에 걸쳐 전달드리게 되었어요.
지극히 사적인 이야기들이 가득한 글을 어떻게 느끼셨을지 모르겠습니다.
배달의 민족 리뷰 쓰기처럼 뷔페가 어떠셨는지에 대한 피드백은 언제나 환영이에요. 큰 힘이 된답니다.
보내드린 메일로 회신을 주셔도 좋고요. ˙ᘧ ͜ ˙
많은 분이 부적을 인상 깊게 봐주셔서, 괜히 흐름에 편승해야 할 것 같은 느낌에
이 주간 함께 해줄 새로운 부적을 첨부합니다.
/세 번째. 마른 잎과 꽃 관리 및 구경/의 시각적 이미지를 연상할 수 있는 리히터의 백합입니다.
고개를 떨구고 조금씩 말라가지만, 아직 마르지 않은 그림 속 꽃을 보면
적당한 유분기를 가진 수분크림(?)이 생각납니다.
그의 그림이 가을, 건조해져 무너진 마음속 장벽을 촉촉이 채우고,
완벽한 정도로 부옇게 번진 부드러운 크림으로 겉면에 한 겹 보호막을 형성해줄 수 있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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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erhard Richter_ Lilien_ Oil on canvas_ 80x68cm_ Catalogue Raisonné: 870-1_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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