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와요 먹통 레코드 계획은 그러했습니다. 부산 사람들에게 알려주는 부산 맛집 같은. 그런 것을 정리해보자 했지요. 이미 부산에 살고 있는 사람에게, 혹은 부산에서 태어난 사람에게 알려주는 부산 맛집이라고 하는 것은, 그만큼 신뢰할 수 있는 장소들이라는 것이지요. 여기에서 '맛집'은 음식의 맛이 뛰어나기로 유명한 음식점을 말하는 것만은 아니고요. 요즘 흔히들 풍경이 좋은 곳을 '풍경 맛집', 조명이 좋은 곳을 '조명 맛집'이라고 표현하는 것처럼 확장된 의미의 맛집들을 소개하고자 하는 맥락입니다.
음식이 맛있는 맛집만 해도 부산 전반을 말하자면, 계절별, 지역별 소개할 가게들이 넘쳐나는데요. 분명 언젠가 건드리긴 할 부분이지만, 그 영역이 너무 방대하여 이번 편은 살짝 워밍업을 해보는 것입니다.
제목에서 이미 알 수 있듯이 이것은 실패기입니다. 양질의 정보를 전달하지 못하게 되는 것 같아 주제를 바꿔야하나 고민도 했지만, 이 뉴스레터가 '생생정보통'의 역할을 하는 것은 아니니 실패한 그대로의 이야기를 담기로 했습니다.
첫 번째 맛집 워밍업의 계획은 남포동의 <먹통 레코드>를 중심으로 한 주변의 소소한 먹거리 추천이었는데요. <먹통 레코드>가 이제 오프라인 매장 운영을 하지 않더군요..(하하..) 상세한 내용은 아래에서 말씀드리겠습니다.
남포동 주변의 자갈치, 부평동, 중앙동까지의 영역을 떠올리면 오래된 거리와 노포 등 매력적인 구석이 정말 많지만, 객관적으로 외지 사람이 부산을 방문한다고 했을 때 선뜻 '남포동'만을 놀러 가보라고 권하진 못할 것 같아요.
부산 국제영화제의 시작점이기도 한, 남포동의 BIFF 광장과 큰 거리는 몇 년 전까지만 해도 그 곳에서 느낄 수 있는 고유한 정취가 있었지요. 가볼 만한 가게들도 많았고요. 어린 시절 즐겨 가던 구제시장이나 음반을 파는 많은 가게들, 좋아하던 소품샵, 카페, 중식집 모두 사라지고, 오랜만에 방문한 그곳은 이젠 꽤나 변해버린 구도심의 분위기가 나더군요.
남포동을 소개하면서 남포동을 권하기 어렵다고 하는 게 좀 이상하긴 하지만, 말씀드린 것처럼 남포동 주변도 가볼 만한 곳들이 많으니, 중구를 방문하셨을 때 들르면 좋을 가게를 두 곳 알려드리려고요. 부산 분이시라면 남포동 일대에서 볼일을 보고, 따뜻한 밥 한 끼 하고 싶다 하실 때 찾아보시면 좋을 거예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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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와 함께 밥 먹으러 가는 길에 발견한 멋진 키링. 누구 현대차 사면 저 블링블링한 키링을 사주자. 이야기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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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는 오랜 나의 친구이다. 그러니까 대학교 2학년을 마친 후 휴학을 하고, 3학년으로 복학했을 때 처음 봤으니까. 보자 보자.. 알고지낸 지는 13-4년쯤 됐겠다. 복학하고 머쓱하게 강의실에 들어가 자리를 잡을 때, 대각선 자리에 웬 오빠가 한 명 앉아있었다. 처음 보는 얼굴로 피자 배달부 같은 빨간색 프라이탁 덱스터였나를 메고 허공을 바라보고 있었다. 내가 다니던 학교는 미대 캠퍼스가 유독 알프스처럼 높은 곳에 떨어져 있어서, 1년만 다녀도 대충 서로의 안면 정도는 익숙해질 수밖에 없는 구조였다. '흠, 어딘가 우리 학교에 없는 느낌의 사람인데.' 하며 훤칠한(?) 외모에 시선이 갔다. (이제와서 훤칠하다고 표현하는 것은 손가락이 조금 오그라드는 느낌이 없지 않아 있다.) 수업 시작 시간, 교수님은 어디 계시지 눈동자로 주변을 살피는데, 그 오빠가 화이트보드 앞에 가서 서는 거다. '아. 조교인가?' 생각할 무렵, 오빠가 수업을 시작했다. 그는 교수님이었다. 그것도 나와 꼬박 스무 살이 차이 나는 교수님이었다. 초초초 동안. 그때 받았던 충격이란.. 나뿐만이 아니라 그 시절 학교를 다닌 동기들이 모두 놀라자빠졌던 기억이 난다. 교수님은 특이한 분이었다. 대체로 말이 많지 않으셨고, 선뜻 말을 걸기에도 망설여지는 분위기를 풍겼다.
강의 첫날 수업이 끝나고, "저, 내가 000를 가야 하는데 여기서 뭘 타고 가야 하지?" 물어오셨다. "예?" 하며 이야기를 들어보니 그는 8년 만에 독일에서 한국으로 돌아왔고, 파주에 작업실이 있는 상황으로 그날은 차를 가지고 오지 않아서, 십수 년 만에 대중교통을 이용해야 했던 것이다. 사실 나랑 동선이 같았지만, 동행하기엔 불편한 마음이 들어서 "어떤 버스를 타고 가셔서, 어디서 환승하셔서, 어떻게 가시면 됩니다." 말로 동선을 설명했고, 그는 영 갸우뚱한 표정이었다. 그렇게 영락없이 불편한 교수님과 목적지를 향한 기나긴 여정을 함께했다. 나란히 앉은 시간 동안의 적막은 지금 생각해도 곤란스럽다.
교수님은 다른 강의를 나오실 때도 작업장에서 내가 작업을 하고 있는 것이 보이면, 그 옆으로 와서 참 이것저것 질문도 많이 하셨다. 그 질문들은 주로 내가 피하고 싶은 것들로, 고요함을 뚫고 허를 푹푹 찔러댔다. 교묘하게 내가 대충하거나 슬쩍 덮어두고 넘어가고 싶은 것들을 콕콕 짚으며 나직하게 "이건 이런 이유에서 이렇게 했나 봐." 하거나 "여기는 왜 이런 방향으로 작업했어?" 등의 질문을 던졌다. 그럴 때면 '이분 도대체 왜 이러시나.' 하면서, 멀리서 교수님이 보일 때 급기야 '어, P 왔다.'하며 도망치기에 이르렀다. 그런 시간들이 쌓이면서 어느 순간 우리는 꽤 많이 친한 사제지간이 됐다. 한 번씩 그가 큰 작업을 할 때 어시스턴트를 하기도 하고, (제대로하라고 타박하시면서 밥은 빅맥 사주시고..) "언젠가 우리 함께 일하자." 하면서 엉뚱한 미래를 함께 상상해 보기도 했다. 그때 교수님은 '본부장'을 할 테니 나에게는 '실장'을 하라하셨다. 워낙 이상한 소리를 많이 하셨어서 나는 "아, 예- 그럽시다.", "와우- 좋아요."하며 대응할 뿐이었다.
그렇게 그는 나의 선생님이 되었다. 무엇보다 그를 잘 따랐던 이유는 그의 손으로 만들어낸 것들, 그의 공간을 채우고 있는 것들이 무척이나 멋져 보여서였다. 나는 아직도 내가 어느 정도 그의 아류라고 생각한다. 참 많이 배웠고, 의지했다.
또 서론이 길어졌지만, 결국 졸업 후 2-3년 뒤 걸려 온 선생님의 전화로 나는 다시 부산에 내려와, 우린 함께 일하는 사이가 됐다. 정말 '정실장'이 되어 4년의 세월을 보냈다. 교수님은 선생님으로, 선생님은 상사로, 상사는 동료로, 동료는 친구가 되었다. 함께 일한 시간 동안 별의별 일들을 다하며, 그에게 오래된 노포, 맛있는 음식, 얕고 넓은 잡학, 철학, 문학, 시각 언어를 활용한 모든 작업들에 대해 배웠다. 사실 배웠다기보다 너무도 넘쳐나는 사람이어서 옆에서 스폰지처럼 넘쳐 흐른 것들을 흡수했을 뿐이다. 취향적인 부분도 잘 맞았기 때문에 탈수 상태에 수액을 맞는 것처럼 아주 쭉쭉 배어드는 시간이었다. 아마 지금 내 취향의 4할 정도는 그의 영향으로 만들어졌다고 해도 틀리지 않은 이야기일 것이다. 그렇게 그는 나에게 있어 세상에서 가장 편한 사람이 됐다. 정말로 1번으로 망설임 없이 떠오르는 사람이 되어버렸다.
이런 이야기를 하는 이유는 오늘 소개할 가게가 모두 그와 갔던 장소였기 때문이다. <먹통 레코트>는 더 이전부터 갔지만, 함께 간 기억도 있다. '뷔페뷔페'를 핑계로 "선생님, 시간 좀 내주시죠." 전화를 걸었고, 정말 오랜만에 업무나 다른 이유 없이 만나 밥을 먹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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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솥밥집
부산 중구 광복로37번길 7-1
월-토 11:00-20:00
이번 설 연휴에 쉬는 것으로 봤을 때 아마도 명절 휴무
돌솥 된장찌개 + 돌솥 비빔밥 8,000
돌솥 순두부 찌개 + 돌솥 비빔밥 8,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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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게 밖에 붙은 40년 전통 간판이 내가 알기로도 십여 년 동안 붙어있었으니, 정확한 가게의 시작을 모르겠지만, 몇 십 년 된 가게라는 것은 확실하다. 자리에 앉으면 테이블이 뚝배기 모양으로 닳아있다. 신뢰가 가는 모양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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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뉴는 단 두 개. 돌솥 순두부찌개 + 돌솥 비빔밥, 돌솥 된장찌개 + 돌솥 비빔밥. 오랜만에 가면서, 분명 물가 상승으로 가격이 올랐을 거라 예상했는데, 역시나 천 원 올랐다. 남포동, 순두부찌개 하면 <돌고래>라는 식당을 많이들 들어보았을 것이다. 부산은 바다와 인접해서 옛날부터 무역이 발달했으며, 특히나 일본과의 교류가 활발했다. 길을 걸으면 여전히 대다수의 가게에서 쉽게 일본어를 발견할 수 있다. 실화를 배경으로 한 영화 <마약왕>의 배경이 아마 중구 어디쯤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뿐만 아니라 금지된 음반, 영화를 구할 수 있는 동네, 레어한 구제 패션 아이템을 구할 수 있는 곳이 남포동이었다. <돌고래>도 이 <돌솥밥집>도 그 시절부터 상인들의 배를 따뜻하게 불려주던 가게였다. P가 이십 대쯤 그러니까 90년대 초반만 해도 <돌고래>의 순두부찌개가 5-600원 정도였고, 여긴 거기보다 조금 더 비싼 집이었다고 한다. 그는 <돌고래>를 "쎈 싼 맛이라고 할 수 있지."라고 말하는데. 나 역시 그 집의 자극적이고 msg의 기운이 강하게 느껴지던 맛을 기억한다. 나쁘다는 것이 아니라, 바쁘게 일하다 들어와서 뜨끈하고 매콤하게 화르륵, 빠르게 한 그릇 뚝딱 비우고 일어나기 좋은 그런 가게. 그만의 역할을 정확하게 하는 가게였다. 반면 <돌솥밥집>은 조금 더 점잖은 맛이라고 할 수 있다. 슴슴만큼 심심한 느낌은 아니지만 담담한 맛을 가진 가게. 조금 더 매일 올 수 있을 것 같은 맛을 가진 가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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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을 방문하기 가장 좋은 인원은 두 명이다. 공간이 협소하고 모두 옛날 가구를 그대로 쓰고 있어서 여럿이 붙어않기에 여름이면 여름의 온도로, 겨울이면 두꺼운 옷을 놓을 곳이 마땅치 않아 불편할 수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각각의 메뉴를 하나씩 주문해서 함께 먹으면, 아쉬움 없이 모든 맛을 즐길 수 있으니 둘이 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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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문을 하면 알알이 비비기에 딱 좋게 뜸이 든 솥밥과 신선한 계란이 적당하게 반숙되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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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의 재료는 모두 신선하다. 나물로는 무와 숙주, 미역, 곤드레, 배추가 나온다. 달큰하고 촉촉한 무와 숙주, 배추는 비빔밥 중심을 조용하고 묵묵하게 잡아준다. 부드러운 부분을 위주로 손질한 미역은 해조류를 좋아하지 않는 사람도 먹을 수 있을 정도로, 그 향이 도드라짐 없이 어울린다. 질 좋은 해산물, 해조류는 신선할수록 비린 맛이 나지 않고 깨끗한 맛을 낸다. 반면 곤드레는 한 줌 정도밖에 되지 않는 양이지만, "나, 곤드레. 여기 있소." 하며 적당한 존재감을 자랑한다. 특별할 것 없는 각각의 나물들은 서로가 더 주목받기 위해 앞다투지 않고 사이좋게 중중모리장단*을 만들어낸다. 여기서 무와 숙주, 배추는 장구를, 미역은 북을, 곤드레는 꽹과리를 담당한다.
* 중중모리장단은 여러 민속악 장단 중 가장 기본 장단에 해당하는데, 약간 빠른 템포의 3소박 4박자의 박자 구조를 가진다. 동일한 박자 구조와 유사한 템포의 장단으로 굿거리장단이 있다. 굿거리장단이 좀 더 흥겨운 분위기를 갖는다면 중중모리는 보편적이며 일상적인 분위기에 적합하다. [네이버 지식백과] 중중모리장단 (한국민속예술사전 : 음악)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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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솥밥 맛있게 먹는 법에 집중하자. 우선 나물에 고추장 1스푼을 넣고 젓가락으로 살살 비벼주라고 나와있다. 여기서 중요한 부분이 빠져있는데, 비빔밥으로 즐기고자 하는 밥의 양과 누룽지로 즐기고자 하는 밥의 양의 비율을 먼저 고민해야 한다. '나는 비빔밥 8에 누룽지를 2만큼 즐기겠다.'라고 하면 고추장을 조금 낭낭하게 넣어주고, '나는 비빔밥 5에 누룽지 5를 하겠다.' 하면 고추장의 양을 조금 적은 듯 넣어주는 것이다. 공용 스텐 용기에 담긴 고추장을 떠서 다른 수저로 긁어 낼 필요가 없도록 손목의 스냅을 이용하여 재빨리 톡 하고 떨어뜨려준다.
그다음 젓가락으로 살살 비비라고 되어있는데, 비빔밥을 젓가락으로 비비는 것을 처음 본 것이 2000년대 어떤 영화에서 였다. 심은하 배우였나.. "비빔밥은 숟가락이아니라 젓가락으로 비벼야 하는 거야." 뭐 그런 대사가 있었던 것으로 기억난다. 8월의 크리스마스였던가.. 잘 기억이 나질 않지만, 나물은 서로간에 엉킴이 많으니 젓가락을 이용해 비벼주고, 그 위에 계란과 밥을 넣고 난 후부터는 밥알이 뭉개지지 않도록 숟가락날로 솔솔솔 갈라주며 비벼주는 것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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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삼 이 글을 쓰면서 내가 음식 사진에 얼마나 소질이 없는지를 깨닫는다. 사실 금방 차려진 음식이나 마실거리 앞에서 온 각도로 사진 찍는 것을 썩 좋아하는 편은 아니여서, 이마저도 정말 노력한 것이지만. 가령 찌개의 클로즈업이라거나 뭐가 들었는지 알 수 있는 사진이 있다면 좋았을 텐데 아쉬움이 남는다. 나물이나 김치도 자세하게 볼 수 있는 사진이 없다는 것을 집에 와서야 알았다. 아마도 앞으로 어떤 식당을 소개하더라도 비슷할 것으로 예상된다. 너른 마음으로 이해해주길..
배추의 흰 부분이 많이 비치는 갓 담근 김치는 '맛이 덜 들었나?' 싶은 색과 형태지만, 한 입 먹었을 때 적당히 아삭하면서 시원한 채즙이, 겉절이처럼 메마르지 않은 기분 좋은 수분감이 입안에 퍼진다. 경상도 특유의 젓갈이 과하지 않게 들어가 있어, 꼬릿하거나 텁텁한 맛 없이 은근한 감칠맛이 있다.
순두부찌개는 우리가 머릿속으로 상상하는 가장 스탠다드하게 맛있는 순두부찌개 맛이다. 요즘은 워낙 밀키트나 양념키트 등이 잘 나오지만, 집에 있는 갖은양념으로 순두부찌개를 끓여 본 사람이라면 공감할 것이다. 은근히 맛을 내기 어려운 찌개가 순두부 찌개다. 김치찌개나 된장찌개는 김치랑 된장이 맛있으면 어느 정도 중간치 이상의 맛은 보장되는 것에 비해, 왠지 깊은 맛이, 감칠맛이 잘 살지 않는 게 순두부찌개다. 뭔가 공들여 만들고 나면 집에서 만든 짬뽕처럼, 정성이 그득하지만 어쩐지 중국집 짬뽕 그 맛이 안 나는 것 같은 그런 느낌과 비슷하다고 할 수 있다. 뚝배기 안에 든 것이라곤 몽글몽글한 두부와 파 정도였던 것 같은데, 다음 숟가락을 끝말잇기처럼 곧바로 끌어당기는 이 감칠맛은 어디서 오는 것일까. 아마도 육수와 양념에 있겠지. 이곳의 순두부찌개는 달걀도 들어가지 않는다. 깔끔하고 빠르게 고추기름이 혀와 입 속을 훑고 지나가면, 곧바로 다음 한 숟가락을 들 수밖에 없게 된다.
다음으로 된장찌개. 다시 회귀하며 분석해 본 결과 이 집은 '감칠맛'으로 설명할 수 있겠다. 모든 음식이 크게 호불호가 나뉘지 않는 그 적절한 선에 있으면서도, 이 별것 아닌 익숙한 메뉴들을 떠올리며 다시 발걸음하게 하는 '감칠맛'이 있다. 쓰면 쓸수록 멋진 집이다. 나는 혼자 이 집을 방문한다고 하면 된장찌개를 먹을 것이다. (엄마가 좋냐 아빠가 좋냐는 질문보다 어렵게 고민해서 선택했다.)
나는 된장찌개에 게가 들어간 것을 크게 좋아하지 않는다. 물론 게가 뿜는 그 육수의 어마어마한 힘을 알고 있지만, 어쩐지 발라먹기에도 애매한 크기의 게가 뜨거운 국물에 빠져 있는 것을 보면. 한 두 입 몸통을 양양해서 먹고 내버려 두기도 싫고, 그냥 못 본 척하게 되는 편인데, 그럴 때면 괜히 미안한 마음이 든다. 어떤 마음인지 언어로 설명하긴 어렵다. 생각해보면 갑각류가 무척이나 맛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나는 잘 찾아 먹지 않는다. 누군가에게 까 주는 것은 또 좋은데, 노동을 들이는 것에 비해 얻는 것이 작기도 하고 왠지 사기가 떨어진다. 아무튼, 이 된장찌개에는 딱 그정도 애매한 크기의 게가 들어 있다. 기본 육수에도 해물이 꽤 들어갔을 것으로 추정되는데, 이 국물에서 나오는 또 그 '감칠맛'이 어찌나 좋은지. 시원하다 못해 춥겠다 춥겠어. 요즘은 찌개 속에서 잘 발견하기 어려운 오만둥이가 함께 들어있는데, 이 친구도 그 시원함에 한 몫 거들지 않나 싶다. 신선한 오만둥이를 입 안에 넣고 입술을 잘 여미고 콕 하고 씹으면 그 속에 오만둥이의 향을 가득 안은 된장 육수가 입안에 퍼진다. 매우 뜨겁기 때문에 주의해야 한다. 나는 이날 입천장부터 혓바닥까지 다 데었다. 신선하기 때문에 꼭꼭 씹다 보면 뱉을 것도 없이 삼킬 수 있게 된다. 그 외에 애호박이 아닌 돼지호박, 대파, 투박한 두부(시장표)가 들어있다. 애호박처럼 씨부분이 많이 흐트러지지 않는 단단한 돼지호박과 까끌한 표면을 가진 투박하고 밀도 높은 두부가 무게감 있게 된장의 맛을 머금고 있다. 된장은 집된장으로 보이는데 아주 몇십 년 삭은 어둡고 콤콤한 된장이라기보다, 적절하게 숙성되어 누구라도 먹기 어려움 없는 적당하게 깊은 맛을 가진 된장이다. 비빔밥에 고추장을 아주 조금만 넣고 이 된장을 담뿍 넣어 슥슥 비벼먹는 것도 얼마나 별미인지 모른다.
마지막 누룽지는 어떤가. 누룽지 위에 쌀밥을 어느 정도 도톰하게 남겨, 그 위에 숭늉을 잘박하게 부었다. 타지도 않고 전체적으로 고루 눌은 밥이 비빔밥을 먹는 동안 잘 불어서 숟가락으로 크게 힘을 들이지 않고 긁어낼 수 있다. 고소하고 구수한 누룽지와 숭늉이 속을 따뜻하게 해준다. 애초에 빨개 보이는 것만큼 비빔밥이 맵고 자극적이지 않아서, 이미 그 담백한 맛이 다정하게 느껴지지만, 여기에 보태어 잘 만들어진 누룽지와 숭늉은 괜히 할머니의 포근함을 떠올리게 한다. 이젠 너무 귀한 음식이 되어버렸다. 밥으로 시작해서 밥으로 마무리하는 우리나라 식문화 참 재밌다 생각하다가, 정말 입안이 깔끔해졌는걸 감탄한다. 따뜻한 한 끼였다. 이렇게 쓰고보니 실패기라고 하기에 조금 무색해진다. 먼 길을 이 식당을 위해 내달리기를 추천하진 않지만, 근처에 올 일이 있다면, 따뜻한 밥이 그립다면 언제 한 번 방문해보길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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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좋아했던 칠천 원 시절 있었던 계산표. 팔천 원 버전으로 업뎃돼있길 바랐는데 없어졌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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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통 가는 길. 여전히 '바닥은 천 원'이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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란제리부터 손수건까지 없는 것 빼곤 다 있는 구제의 세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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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을 먹을 때부터 "오랜만에 먹통 가려고 하니 설렌다." "그러게." 하면서 둥실둥실 떨리는 마음이었다. 코로나가 계속되면서 그사이 두세 번쯤 기웃거렸으나, 그럴 때마다 처음에는 아무 설명 없이 문이 닫혀있었고, 다음으로는 한동안 매장 영업을 하지 않는다고 적혀있었다. 지금쯤이면 매장 영업을 하겠지, 막연하게 생각했었다. 사장님도 최근에 앨범을 내셨다고 하고 (김병덕 Kim Byoung Duk - After long Silence LP (들어보진 못했다)) 뭔가 활기를 더하는 느낌이라 그냥 그렇게 생각했던 것 같다. 먹통 앞은 비빔당면과 충무김밥 좌판이 즐비해 있는데, 여기 이모들은 다소 공격적이다. "요 와서 무바요 - 응?" 하는 말에 어딘가 강압적인 악센트가 깔려있다. 타지역 사람들이라면 조금 무서울 수도 있을 거다. (그래도 어느 집 할 것 없이 또 맛은 있다) 거길 통과할 즈음 먹통이 있다. 사진에서 볼 수 있는 안내문이나 홈페이지 공지를 보았을 때 이제 매장 영업은 다시 하지 않으실 것 같은 분위기다. 얼마나 서운한 마음이었는지.. 먹통은 유일한 먹통인데. 다시 그 분위기를 느낄 수 없다는 것에 슬퍼졌다.
매장의 2층은 CD와 DVD가 3층은 LP가 빼곡하게 꽂혀있었다. P가 먹통에서 처음 산 앨범에 대해 말한다. "89년도 인가 그랬는데, 핑크 플로이드 Pink Floyd <더 워 The Wall> 샀었거든. 그때는 금지된 앨범이었는데, 원래 먹통이 빽판이 유명했어. 그 시절 구하기 어려운 앨범을 먹통에 오면 구할 수 있었지. 그때 종이도 똥종이에 싸져있었는데.." 그의 이야기를 들으며 내가 처음 먹통에 온 날을 떠올렸다. 22살에 만났던 단발머리 남자친구 L과 함께였다. L은 기타 덕후였다. 하고 있는 일은 전혀 다른 분야였지만, 틈만 나면 클래식 기타를 손에 자석처럼 붙혔었다. 모든 음악 장르를 고루 들었지만, 특히나 재즈와 보사노바를 좋아하는 친구였다. 그리고 '언니네 이발관'의 엄청난 팬이어서, 당시 아이팟을 두고 시디플레이어를 사서 언니네 이발관 앨범을 빌려 들었던 기억이 난다. 해 질 무렵 이른 저녁, 이제 계절은 기억 나지 않고, 우리는 어둑하고 쿰쿰한 먹통 안에서 각자 살 CD를 뒤적이고 있었다. 이곳에서 스탄 게츠를, 조앙 질베르토를, 안토니오 까를로스 조빔을, 존 콜트레인을 만났다. 막시멜리언 헤커와 윌리엄 피츠시몬스, 플릿 폭시스도 만났다. 아마도 여기서 처음 샀던 앨범이 전설의 앨범 <Getz/Gilberto>였을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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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를 그렇게 손에 붙이고 다니는 친구였으니, 연주 하나만큼은 아주 기가 막혔던 기억이 난다. 다양한 연주곡을 주로 들려주었는데, 종종 반주 연습을 하기도 했다. 우리는 <Getz/Gilberto>의 <The Girl From Ipanema> (De MoraesㆍGimbelㆍJobim), <Desafinado> (JobimㆍMendonça), <Corcovado> (Quiet Nights Of Quiet Stars) (JobimㆍLees) 세 곡을 몇 번이고 반복해서 들으며, 알아듣지 못하는 포르투갈어를 소리 나는 대로 종이에 옮겨적었다. 움깐찌노 비올라- 에씨암 모르 마깐싸~ 지금도 다 외우고 있다. 그는 반주를, 나는 노래를 불렀다. 그러고 보니 함께 에어 Air의 <Cherry Blossom Girl> 건반을 연습하거나, 곡을 만들기도 했다. 그러고 놀았다. 친구들을 불러서 불러주기도 했다. (..ㅋㅋ) 경청해주었던 친구들을 떠올리니 새삼 고맙다. 한 번은 영상으로 찍어 싸이월드 블로그에 올리기도 했다. 소멸했길 바란다. 지금 생각해봐도 재밌고 건강한 놀이었다. 여담이지만 그 친구가 읽고 있던 책을 따라 산 것이 칼 세이건의 <코스모스>였다. 읽으면서 200번도 넘게 졸았을 거다. 요즘도 잠을 잘 못 이루는데, 다시 <코스모스>를 한 권 사보는 것도 괜찮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렇게 몇 년이 흐르고 P와 다시 방문한 먹통. 갈 때마다 손에 CD 몇 장씩을 꼭 쥐고 나왔는데, 기억에 남는 구매는 그가 어어부 밴드의 앨범을 산 것, 그리고 내가 로이 오비슨 Roy Orbison의 에센셜 앨범을 산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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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이 오비슨을 딱히 좋아하지도 않는데 에센셜 앨범을 사게 된 이유는 하나였다. P가 알려준 영화 <블루 벨벳 Blue Velvet>의 한 씬 때문이다. 이제 영화의 내용도 잘 기억나질 않지만, 그 장면만은 여전히 사랑한다. 로이 오비슨의 <In Dreams>를 배우가 립싱크하며 이어지는 장면. 아래에 첨부해두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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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의 장면하니 떠오르는 명곡이 또 있다. 카에타노 벨로조 Caetano Veloso의 <Cucurrucucu Paloma>이다. 페드로 알모도바르 Pedro Almodovar의 영화 <그녀에게 Talk to Her> 사운드트랙으로 쓰인, 이후 영화 <문라이트 Moonlight>에서도 쓰였던 것으로 기억한다. 이 곡은 정말.. 상스럽지만 개짱이기 때문에.. 꼭 들어봐야 한다. 아래 영상을 보면 <그녀에게>의 촬영 장면, 영화 속 장면, 피나 바우쉬Pina Bausch가 살아서 춤추는 것(한 1초 나옴)을 볼 수 있는데. 이 영상도 아주.. 최고다. 제발 봐달라..
이 곡을 처음 들었던 날이 선명하다. P와 경기도 포천에 출장을 갔다 내려올 때였다. 날이 궂어서 안개가 자욱했는데, (정말 반경 1m 앞도 선명하게 보이는 것이 없었다.) 당일 우리는 꼭 내려가야 하는 상황이었기에, P가 거북이처럼 앞 유리에 닿을 정도로 목을 쭉 빼고, 거북이 같은 속도로 조심조심 운전하고 있었다. 그도 그럴 것이 좁은 논두렁을 가로지르고 있었기 때문에, "선생님, 진짜 저희 이대로 끝인가요?" 거듭 쫑알거리며 긴장했던 기억이 난다. 그런 와중 이 곡의 전주가 퍼지면서, P가 "비둘기 나온다 비둘기" 말했고, 나는 울상이 되어 "뭔 비둘기" 하면서 짜고 "진짜 나온다니까 비둘기" 그는 말하고, 곡이 크게 울려 퍼지고, 주변은 안개뿐인 논두렁, 정말 비둘기는 날아올랐고, 운전자는 돌아와서 한동안 담에 걸려 고생했지만 그때 들었던 이 곡의 아름다움을 잊을 수가 없다. 그 이후 안개가 낀 새벽이면 무조건 이 노래를 찾아 듣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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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나 그렇듯 이야기가 다른 방향으로 많이 흘러버렸지만, 이렇게 많은 추억으로 이어지는 먹통을 잠정적으로 갈 수 없다니 믿을 수가 없다. 아직도 간절하게, 아무리 늦더라도 다시 매장을 방문할 수 있길 바란다. 갈 때마다 한두 장 반짝이는 앨범들을 찾아 나올 수 있었던 곳이니, 아마 홈페이지도 꽤 볼만할 것으로 예상된다. 찾고 있는 옛날 앨범이 있다면 위 홈페이지 주소에 링크를 삽입해 두었으니, 방문해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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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쉬운 마음으로 나와서 시장을 가로질러 걸어가다, 양말 또 못 참지 하며 기웃거리고 있었다.
"그거 있는 거 아이가?"
"무슨 소리에요. 엄연히 다른데." (눈치 보며 하나만 집음)
"하나만 사게? 하나 더 해야지."
"그치?"
"이 색깔."
"그치." (나도 그것 두 색만 딱 마음에 들었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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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두팡팡
부산 중구 국제시장2길 5
0507-1326-3088
대체로 열려 있어서 영업시간 모르겠음
선 전화 후 방문 추천
간식용 : 9개 3,000원 / 12개 4,000원 / 15개 5,000원
선물용 박스 : 小 18개 6,500원 / 中 36개 13,000원 / 大 56개 20,000원
택배 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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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날레 <호두팡팡>을 소개한다. <호두팡팡>에 처음 온 날도 돌솥밥을 먹었었다. 부른 배를 탕탕치며 골목을 걸어가는데, P가 "여기 세상에서 두 번째로 맛있는 호두과자가 있거든." 하며 두 번째 손가락을 까딱까딱하는 것이다. "아, 이렇게 배부른데 무슨 호두과자, 단어만 들어도 배불러요." "그래. 그렇게 말해봤자, 하나 딱 입에 넣는 순간 눈이 번-쩍 뜨일걸." "어유 어유.." 하며 어차피 말려봤자 먹을 것이기 때문에 그를 따라 걸었다. 선생님은 항상 자기가 하는 말을 일단 내가 안 믿고 본다며 뭐라 그러지만, 그도 그럴 것이 그는 어떤 호두과자든 사랑하는 사람이다. 휴게소를 가도 배가 불러도 호두과자는 사야 한다. 속이 달아서 쓰려도 호두과자에 커피는 때려줘야 하는 사람이기 때문에, '세상에서 두 번째는 뭔데. 첫 번째도 아니고.' 하면서 시큰둥하게 <호두팡팡>에 도착했다.
겉보기에도 내공이 있어 보이는 가게, 작은 매장 안의 사장님 내외는 군더더기 없이 유려하게 단계별로 착착 움직이고 계셨다. "근데 왜 두 번째에요? 첫 번째는 어딘데?" "모르지. 근데 첫 번째의 자리는 언제나 남겨둬야 하는 거거든. 그래서 두 번째지" '무슨 소린지.. 아무튼..' 그는 배가 부르다고 말하면서 12개인지 15개인지를 주문했다. "니 한 입 먹는 순간 눈물을 흘릴 수 있디." "ㅎㅎ 예- 그럴테죠-" 말하며 건네받은 호두과자. 정확히는 호두과자가 담긴 지퍼백. 사장님이 "그 지퍼 잘 닫으시고예-" 말씀하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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얇은 종이로 깔끔하게 싼 호두과자 한 알 한 알은 따뜻했고 집는 순간 촉촉한 수분감이 느껴졌다. 가게 앞에서 맡은 그 냄새는 어찌나 기분 좋게 달달한지 배가 부르긴 했지만 내심 기대하고 있었다. "드셔보시죠." P가 말한다. 무덤덤한 표정으로 하나를 까서 한 입 왕 베어 물었을 때 이미 내 눈썹은 여덟 팔자로 울고 있었고, 선생님은 그 호두과자를 구운 사람처럼 뿌듯한 얼굴로, '그럴테지-'하는 얼굴로, 나를 쳐다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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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입 베어 물었을 때 2mm 정도 되는 촉촉하고 얇은 피를 뚫고, 빼곡한 팥이 한 움큼 입안 가득 퍼졌다. 여기서 피가 충분히 촉촉한 것이 신기한 일이다. 지퍼백을 닫아두고 식고 난 뒤 먹어도 축축이나 질펀해지지 않고, 이 얇은 피가 촉촉함 정도를 유지하는 것이 먹을 때마다 놀랍다. 팥은 지나치게 달지도 않고 딱 적당한 당도를 가졌으며, 빼곡하고 빡빡한 밀도로 빈틈없이 가득 채워져있다. 그 속에 신선한 호두가 거의 한 알이 그대로 들어가 있나 싶을 정도로 큼지막하게 들어있는데, 호두를 부숴서 작게 넣은 것이 아니라 한두 조각으로 크게 자리하고 있다. 촉촉하게 입에 닿아서 빼곡하게 기분 좋은 단맛이 입 안을 가득 채우고, 오도독 신선하고 커다란 호두가 마지막을 장식한다. 정말 최고다.
사실 고백하자면 P만큼은 아니겠지만 나도 호두과자를 꽤 사랑해왔다. 그렇다 할 호두과자를 많이 사 먹어 봤고 천안의 호두과자도 몇몇 군데 먹어봤단 말이다. 그런데 여기만 한 호두과자는 만나보질 못했다.
앞서 소개한 <돌솥밥집>은 이 근처에 오게 될 때 방문하길 추천한다면, <호두팡팡>은 호두과자를 사랑한다면 지역을 넘나들기에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호두팡팡>을 먹어보지 않고 호두과자를 논하지 말아줬으면 좋겠다. 그 정도다. 처음 여길 데려간 그날 선생님은 승자처럼 나를 바라봤고, 그 이후 여러 휴게소에서 호두과자를 만날 때면 언제나 <호두팡팡>을 떠올리게 되었다.
맛이 변하지 않았는지 검증이 필요하기 때문에 오랜만에 <호두팡팡>을 들렀다. 우리 앞에 손님이 우리를 보고 "도우모" 말했고, 나는 "한국 사람인데요." 답했다. "여기 진짜 맛있어요." "네, 알아요." "내가 여기를~!@#$%^&*" 기다리다 받은 호두과자는 여전히 최고였다. 택배의 퀄리티가 어느 정도 나올지는 모르겠지만, 택배도 가능하다고 하니 궁금하다면 시켜 먹어보아도 좋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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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포동 실패기>는 이렇게 마무리되었습니다. '남포동'이라 일컬어 말하기에 너무 좁은 영역의 소개였지만, 쓰다 보니 더욱 특별해지고 소중해집니다. 장소도 기억도요. <뷔페뷔페>를 하며 언제나 글을 쓰는 힘에 놀랍니다. 저에게 일어났던 작은 일들을 기록하는 것이 이렇게도 다감한 일인지, 또 배우는 마음이 됩니다.
한파가 이어지고 있는 요즘이에요. 계신 곳 안녕하신지 모르겠네요. 저는 이사 온 집에서 처음 맞는 겨울, 세 번째 동파입니다. 주택에서 맞이하는 부산 날씨, 우습게 생각할 문제가 아니네요. 언제나 굳건히 겨울을 버텨주는 작업장을 더욱이 사랑하게 되는 요즘입니다. 기어코 무엇을 잃고 나야 가진 것의 소중함을 깨닫습니다. 무탈한 겨울의 끝자락 되시길 이곳에서 바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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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oão Gilberto와 Caetano Veloso.
오래전부터 즐겨듣던 Besame mucho 가 생각났다.
이번 호를 위해 이분들이 함께 공연했을지도 모른다.
남자 두 명이 중간이 술인지 물인지 모를 음료를 두고 읊조리며 편안하게 연주를 이어간다.
두 대가의 여유 있는 분위기, 중후하고 아름다운 나일론 기타의 저음.
곡의 마지막 즈음에 João Gilberto의 허밍이 트럼펫 소리처럼 들린다.
좋은 음식에는 좋은 친구와 좋은 음악도 꼭 함께.
Caetano Veloso & João Gilberto - Besame much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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