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가지 뉴스레터를 구독하고 있다. 얼마 전 도착한 이훤 작가님의 전자우편 <사진과 영혼>에서 낭독된 시를 듣게 된다. 낭독이라. 2-3년 전 내게도 몇 개의 낭독된 기록들이 있었다.
같은 날에 태어난 건율과 나는 생일에 맞춰 재미난 일을 만들어보자며 2인전을 기획했다. 그때 우리는 ‘100일의 도전’에 꽂혀 있었기 때문에, "전시 날짜 기준 100일 이전부터 지속한 무언가로 전시를 꾸며도 재밌겠다."하고 가볍게 이야기했던 것 같다. ‘100일의 도전’은 특별한 형식 없이 각자가 지키고 싶은 작은 습관을 지키고 싶은 방식으로 매일, 100일간 지속하는 것이다. 당시 나는 100일간의 필사를 두 번째로 도전하는 중이었고, 그는 매일 그린 네 컷 만화를 연재하고 있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2021년 생일(전시 오픈일)을 기점으로 100일 전부터 ‘이미지 교환일기’를 주고 받는다. 간단해 보이던 하루 한 장 이미지 기록, 전달하기를 50일쯤 반복하니, 우리는 궁극적으로 시각 언어를 통해 이야기하고자 했던 것이 무엇인지에 대해, 그 근원적인 시작점으로 거듭해서 돌아가게 되었다.
지금껏 수집해왔던 장소에 가서 익숙한 장면의 길을 다시 걸었고, 수집해 둔 이미지들을 꺼내어 늘 봐왔던 것을 새롭게 보려 노력했다. 내가 진정으로 보여주고 싶은 장면은 무엇인지, 어떠한 방식을 취해 표현할 것인지 각을 잡고 고쳐 앉아 재탐험을 시작한 것이다. 작업이란 것이 언제나 자아나 본질에 대한 탐구와 맞닿아 있지만, 서로 간의 약속된 형식을 통한 지속적인 교류가 환기를 가져다주었다. 혼자 고민해오던 익숙한 과정들을 조금은 다른 각도의 시각으로 바라볼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이 전시에서 나는 기록해둔 장면을 30컷의 그림으로 그리고, 글의 조각을 일부 정리하여 묶어내고, 묶어 낸 모음집을 낭독하여 녹음했다. 그는 컷으로 나눈 만화의 형식을 가져와 일상에서 만난 장면을 분할, 재구성하여 드로잉으로 풀어냈다. 전시장에 들어서면 그간 켜켜히 쌓인 우리의 순간들을 볼 수 있고 읽을 수 있고 들을 수 있었다.
오랜만에 그때 정리해둔 글 모음집을 꺼내 읽었다. 워낙 많이 읽어서 그런지 이미 내게 체화되어 익숙하게 느껴지는 것이 많았다. 몇 년이나 지났고, 지금 집중하고 있는 책들이 아니지만, 이미 유명한 것이 많지만, 여전히 울림을 주는 부분들이 있어 이대로 두는 것보다 파일을 공유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번뜩 들었다. 그리고 은근슬쩍 낭독 파일도 전달한다. 많은 양의 글을 읽는 것이 낯설다면 듣는 것으로.. 아마 듣기 시작하면 읽는 것이 낫다고 느낄 수도 있다. 발음도 녹음 상태도 뭐 하나 깔끔한 것은 없지만, 그저 그런 용도로 만들어진 파일이니 이해해주길 바란다. 내년에 만나야하는 만큼 넉넉한 분량으로 올해의 마지막 편지를 마무리한다. ( *하단 DJ GARAMI의 선곡이 매우 아름답다. 함께 듣길 추천한다.)
그리고
시인아. 친구야. 언제나 너의 아침과 저녁, 꿈과 무의식이 건강하기를 기도한다. |